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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나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완벽주의와의 공존 2023. 11. 29. 13:56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답답함에 눈물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처음이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일기처럼 글을 쓰고 싶었다.

    원래 작성하던 네이버 블로그가 있었지만 그 블로그에는 가까운 친구들이나 학교 지인들이 이웃으로 되어있어서 나의 이런 면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비공개 글로 뭔가를 숨기듯이 쓰고 싶지도 않았다.

    새로운 네이버 아이디를 만들까 생각하다가 카카오계정으로 티스토리 계정을 만들 수 있길래 난생 처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사용하게 되었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이렇게 나 자신을 규정해버리는 것도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판단하는 일도 필요하다.

    나는 언제나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고, 시험을 치기 전에는 그 과목을 완벽하게 공부하고 시험장에 들어가고 싶고, 나에게 도덕적 결함이 없었으면 좋겠고, (다소 나의 편협한 시각과 개인적 취향이 들어간 생각이지만) 내가 가장 가치있고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을 완벽하게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완벽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완벽주의적 성향은 탈피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사고실험을 몇 번 진행해봤다.

     

    1. 나에게 성적이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일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공부에 대한 완벽주의적 집착을 버릴 수 있는가?

    -> 이미 아닌 것이 증명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입시가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기말고사를 위해 공부했다. 다른 친구들이 자습실 한켠에 모여서 떠들고 게임을 하고 여유를 만끽하는 와중에도 나는 시험공부를 안 할 수 없었고, 스스로 왜 그걸 놓지 못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2. 나에게 어느 날 큰 사건이 생겨서, 일보다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를 깨닫는다고 해서 나는 완벽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가?

    -> 시험기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어린 생각이기는 하지만, 내가 지금 당장 큰 병에 걸려서 내 인생이 몇달, 몇년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 나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솔직히 처음 몇 주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것은 아프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지금 건강하지만, 확률적으로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고, 세계에 큰 일이 발생해서 더 이상 공부든 뭐든 중요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은 인생 속에서 항상 열려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 앞에 무한한 삶이 있고, 그러므로 그 무한한 삶 속에서 나를 책임지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일들을 해내든 일상을 동여매고 가는 것 아닌가? 그러면 나에게 공부보다 우선되는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결국 '인생이 끝나는 순간'이라는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순간이 내 통제를 벗어난 우연에 맡겨진다면 나는 결국 다시 완벽하게 내가 할 일을 해내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3. 현명한 깨달음을 얻고,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가?

    -> 조금 모순이 존재한다. 나에게 있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가 완벽하게 어떤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을 포기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라는 말은 그 자체로 나에게 있어서 성립할 수 없다.

     

     

    결국 완벽주의는 떨쳐낼 수 없고, 내가 가진 고유한 성격으로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완벽주의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이 말 속에는 두 가지 해결점이 존재한다.

    1) '완벽주의'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2) 완벽주의'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우선, 1)번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위의 장황한 상상들을 통해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2)번은 해결할 수 있을까?

    완벽주의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냥 완벽을 추구하는 내 모습을 스트레스 요인이 아닌 좋은 것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

    물론 지금 당장의 시험 스트레스나 신체적 피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완벽을 추구하는 것과, 공부를 하느라 잠을 적게 자야하고 힘든 것을 억울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좋은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어찌보면 공부를 하는 것도 나의 선택인데, 공부를 많이한다고 해서 억울해하는 건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일에 대해 화를 내느라 오히려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내가 평생 해야하는 일이고, 내가 과학에 뜻이 있어서 어떠한 진리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인 이상,

    공부하느라 밤을 새고 공부에 하루를 모두 투자하고 이런 것들을 즐기자는 생각이다.

    흔히 말하는 '워라벨이 맞는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 행복한 인생이고

    일이나 공부에 인생을 갖다바치는 것은 덜 행복한, 불행한 인생이라는 생각도 사실 대다수 타인들의 기준일 뿐이지 그것이 나에게 절대 진리가 될 수 없다.

    나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 왜 나의 행복의 기준은 평범한 것에 두려고 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완벽주의를 짊어진다..기 보다는 완벽주의와 함께 어떻게 공부를 하고,

    대학 생활을 보내고, 직업을 갖게되고, 결론적으로 내가 바라는 어떤 과학적 탐구를 하게 될 지.

    그 순간들의 우여곡절, 완벽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나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로 만들어가는 인생의 과정을 기록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고, 나 또한 아직 정말 나약하기 짝이 없는 20살의 학생이기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어떤 때에는 완벽주의를 저주하고 이런 것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언젠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살아갈 것이다.

    이 모든 기록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굳건한 마음으로 유기화학을 마저 정리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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