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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과학을 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얼마나 중요할까
    완벽주의와의 공존 2023. 12. 10. 09:35

    꽤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 있다.

    사실 티스토리는 나중에 만든 계정이고, 네이버 블로그 자체는 꽤 어릴 때인 중학생 즈음부터 썼다.

    블로그 글을 쓰거나 가끔 들어오면 해피빈을 100원어치씩 주곤 하는데 적어도 한달에 글을 4번 가량 쓰면 800원 정도가 모이고, 노트북으로 블로그 홈 화면을 오며가며 받는 걸 생각하면 한달에 최소 1200원 정도는 모인다.

    오늘도 3000원의 해피빈을 기부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저렇게 글을 쓴 저금으로 작은 기부라도 할 때 느껴지는 작은 울림이 한 달의 할당량을 채울 것마냥 중요하게 느껴진다. 일상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느낌이다.

    분명히 고등학교 때까지는 친구들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인류애가 높냐고 할 정도로 사람을 사랑했던 것 같은데

    나는 언제부터 이성 절대주의자, 원리원칙만을 최고의 가치로 따지는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아마 앞으로도 큰 변수가 없으면 계속해서 과학에 몸담게 될 텐데, 이성 우월주의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일상에서 나는 어떻게 마음을 지킬 것인가?

    어떤 같은 현상을 보면 원리가 아닌 그것에 담긴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의 생각이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본받고 싶다. 영화를 봐도 눈물이 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나는 종종 그저 내 슬픔과 힘듦에만 눈물이 난다. 그마저도 우는 것은 시간과 체력의 소모라 생각하여 참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원리주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가 좋은 과학자가 되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 의미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는가?

    결국 그런 것들에 어쩔 수 없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같은 인간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나와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도록.

     

    어쩌면 나에게 인류애를 충전해주던 것은 다른 어떤 감동적인 것도 아닌, 내가 바라는 것과 같은 단계에 있는 과학자들이 세상을 대한 태도였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과학적 사고에 천부적인 능력을 보이는 이들이지만, 그 메세지는 어째서 사람과 사랑을 향해있는지.

    그 뜻을 나도 언젠가는 온전히 알 수 있을까.

    칼 세이건의 pale blue dot이 나에게 그런 감정을 안겨준다.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또 사람을 위해 과학을 하겠다는 마음을 순도 높게 갖게 된다면 더 이상 나 자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완벽주의를 조금은 떨쳐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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